<p></p><br /><br />얼마전 문제가 된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대리수술이 군병원에서도 이뤄진다는 것이 어제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죠. <br> <br>군병원의 문제 이게 다가 아닙니다. <br> <br>늑장 수술로 병을 키우고, 관절이 파열된 병사에게 진통제를 발라주는 엉터리 진료도 빈번합니다. <br> <br>허욱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재작년 12월 입대한 민모 씨. <br> <br>각개전투 훈련에서 다친 이후 군 생활은 악몽이 됐습니다. <br> <br>너무 아파 다리를 절뚝 거렸는데 '꾀병 아니냐'는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습니다. <br><br>국군수도병원까지 찾았지만 '파스 붙이고 휴식을 취하라'는 얘기만 반복됐습니다. <br> <br>[민모 씨 / 경기도 구리] <br>"그냥 별거 아니라고, 군대 나오면 다 완치된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니까…." <br><br>5곳의 민간병원을 돈 끝에 고관절 부위 '비구순 파열'이란 최종 판단을 받았습니다.<br> <br>[조윤제 / 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] <br>"관절염 소견인데 뒤쪽은 괜찮고 여기가 찢어진 거예요. 그런데 이 환자분 찢어진 거 확실히 보이죠? 파열된 게?" <br> <br>그 사이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완치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. <br> <br>[민모 씨 아버지] <br>"부모로서 가장 마음이 아프죠. '군대 간 게 죄지.' 그러더라고요." <br><br>목발을 하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는 병사들이 눈에 띕니다. <br> <br>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현역 군인들입니다. <br> <br>접수창구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병사들이 넘쳐나지만, 상태가 위중한 병사들은 대부분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. <br> <br>[A병사 / 십자인대 파열 수술 환자] <br>"부모님이 군 병원을 딱히 그렇게 좋아하시지 않으셔서요." <br> <br>[B병사 / 담낭제거 수술 환자] <br>"(군 병원은 환자에게) 제식, 규칙. 이런 걸 따지니까. 민간병원은 그런 게 없지 않습니까." <br> <br>국군수도병원은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민간 의료진 숫자를 늘리고,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군외상센터를 짓기 시작했습니다. <br><br>하지만 여전히 의료진의 숫자는 태부족이고, <br><br>그나마도 진료 경험이 부족한 단기 군의관들로 채워졌습니다.<br> <br>국군수도병원 출신 전직 군의관도 현실을 인정합니다. <br> <br>[전직 군의관 A씨] <br>"전문의만 따고 와서는 실제로 바로 진료에 투입되기엔, 수술까지 하기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요." <br> <br>엄격한 출퇴근 시간도 발목을 잡습니다. <br> <br>[전직 군의관 A씨] <br>"정형외과 환자는 거의 많은 날 700명까지 오거든요. 물론 진료를 다 하지는 못해요. (그런데) 간부들도 퇴근해야 하니까 인솔 간부들이 퇴근할 시간을 맞추려면 오후 3시쯤부터는 가야 돼요. 복귀를 해야 하니까." <br> <br>훈련 중 허리 디스크 탈출을 겪은 임모 씨. <br> <br>사단급 부대에서 나와 군 병원의 첫 진료를 받기까지 5일이 걸렸고, 수술을 받기까지는 한달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. <br> <br>[임모 씨 / 서울 서초구] <br>"병사들이나 장교 간부들도 지방병원은 요양병원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치료 목적으로 가는 곳은 아니거든요. 제 때 치료도 못 받고 아파서 누워있는데 괜히 정말 아픈 거 맞냐고 물어보고." <br> <br>군 의료의 기막힌 현실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. <br> <br>[전직 군의관 B씨] <br>"심지어 군인들 축구 할 때 옆에서 대기하라고 하고, 군청장이 사단장과 테니스치고 운동하고 직원들과 체육대회 하는데 군의관을 의무지원 나가게 하고요." <br><br>정부는 군 병원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수도병원 등 17개인 군 병원 수를 13개로 줄이고, 후방 지역은 민간의료와 협력하는 방안을 세웠지만, 여전히 갈길은 멀어 보입니다. <br> <br>[이명철 / 전 국군수도병원장] <br>"현재도 수류탄 사건 터지면 거의 뭐 90% 민간병원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. 전쟁이 벌어진다면 과연 (어떻게 될지), 물론 급하면 뭔가 막 하겠죠. 그렇지만 제대로 된 진료 역량이 있을까 저는 의문이 생깁니다." <br> <br>의료진의 기본적인 연구와 교육마저 등한시 하고 있는 군 병원. <br> <br>민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. <br> <br>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. <br> <br>wookh@donga.com <br> <br>연출 : 송민 <br>구성 : 지한결 변아영 <br>그래픽 : 전유근 <br> <br>